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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르노삼성자동차 계약직 생산직 25주차 후기/퇴사준비/인수인계/일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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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르노삼성자동차 계약직 생산직 25주차 후기/퇴사준비/인수인계/일본

일본배관설계자 2021. 11. 21. 01:50

안녕하세요. 근 두 달만에 르노삼성 관련된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에도 꾸준히 제 블로그에 들어와주신 분들도 계시고, 한동안 모집하지 않던 계약직들을 다시 회사가 모집하기 시작하면서 블로그 방문율이 꾸준히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에 포스팅을 하지 않은 이유는 우선 크게는 두 가지 이유입니다.

1) 쓸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똑같은 일상을 보냈습니다.

2) 다른 회사 공채에도 지원해보고 이래저래 다른 것들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벌써 25주차가 지났네요. 

 

우선 저는 올 11월 말을 기점으로 르노삼성 생산계약직을 퇴사합니다.

한 달만 더 하면 계약기간을 다 채우는 것이고, 심지어 계약기간에 대한 보너스 70만원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고, 언젠가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는 장소에 갈 수 있는 여건이 생기면 바로 가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11월 5일 금요일에 일본 정부에서 외국인 신규 입국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고, 대략 12월부터 입국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작년처럼 10월에 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늦어져서 조금 실망을 한 감은 있지만, 혹여나 올해 1월처럼 갑작스럽게 문을 또 닫는게 걱정되어 가능한 빨리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정했습니다. 

 

25주차까지의 후기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고요한 호수에 누군가 돌멩이를 탁~ 던져서 물결치듯한 일들이 꽤 있었습니다. 

 

퇴사에 대한 의지를 11월 초에 공정장님을 비롯해 공정 내에서 이야기가 오간 후에, 새롭게 제 자리를 들어올 사람이 11월 8일에 들어왔습니다. 딱 하루 일하고 나가셨네요. 툴(Tool)을 다루는게 쉽지 않다고 힘들어하더니 결국 나갔습니다. 오히려 공정에서는 그런 사람들은 시간끌면서 불량을 내느니 차라리 빨리 나가는게 맞다고 말을 하더라구요. 빨리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일을 하는게 맞다고 말들을 꺼내시더라구요.

 

그 외에도 각종 이유들 때문에 비가동일도 있었고 여러가지로 다사다난 했습니다. 단지 제가 회사에 익숙해져서 뭐 이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해버리는 바람에 별 의미없이 지나쳤을 가능성이 더 크지만 말입니다.

 

퇴사준비

 

퇴사준비라고 해도 뭐 딱히 뭔갈 더 하고 안하고의 그런 부분은 없고 뭐 나열해보자면 이 정도겠네요.

1) 근무복 반납. 우선은 여름 근무복들 전부 반납했습니다.

2) 기숙사 짐 정리. 나름 6개월동안 살았던지라 짐들이 꽤 있었습니다. 버릴건 버리고 과감하게 짐 정리를 11월 초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30인치 캐리어에 담을 옷이랑 전자기기(노트북, 태블릿) 정도만 남았습니다.

3) 백신휴가 다 쓰고 나가기. 연차는 쌓였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급여명세서 아랫쪽에 나오는 미사용연차에 대한 내용이 계속 0으로 표시되더라구요. 그래서 정확히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따로 알아보지 않고 그냥 백신휴가까지만 사용하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다음주 목요일, 금요일이 백신휴가라 저는 월, 화, 수만 일하고 휴가로 4일 정도 쉬게 됩니다.

 

인수인계

 

딱히 인수인계랄것도 없었습니다. 월요일이 백신휴가였는데, 그 때 이미 정규직 형님들이 대부분 가르쳐놓은 상태였고, 저는 화, 수, 목요일 동안에 제 라인을 타는 사람의 작업물의 결과를 보면서 불량 안내게 피드백하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피드백을 해줘도 개인 고집이 조금 쎈 분들은 그 피드백을 잘 안받으려고 하시는 경향이 조금 있기는 합니다. 이번 분은 적절히 수용을 잘 하시기는 하는데 QC(Quality Control)에 대한 부분만 조금 노력을 해주셨으면 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회사에 보면 라인 윗 쪽에 현수막으로 이런 글이 적혀있습니다.

"나에게 1%불량, 고객에겐 100%불량"

결국에 내가 100대 중에 1대 불량을 내면 1프로의 불량이지만, 그 1대에 해당하는 불량 차량을 받은 고객에겐 100% 불량이란 의미인데 생각보다 크게 와닿습니다. QCQE 관련된 사항으로 가장 가슴 깊이 새기는 부분은 "내가 구매하는 차량이라고 생각하고 조립하자" 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소 진부하고 오글거린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결국에 제조되는 차량의 품질이 브랜드 평판과 브랜드의 판매량으로 직결된다라는 근무자의 인식과 태도가 반영되어야 회사가 살고 나도 사는 구조로 간다는게 제 생각이라 그렇습니다. 너무 회사 중심으로 생각하는거 아니냐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자동차나 반도체, 배터리, 화학과 같이 대형설비를 기반으로 하는 장치산업들은 회사가 없이 노동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산업입니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와 같은 전문직과 공학쪽으로는 기술컨설턴트라고 할 수 있는 기술사나 일부 현직에서 물러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컨설턴트와 같은 분들은 홀로 사업이 가능하지만, 결국에 생산직의 안타까운 부분은 회사가 없으면 생산직도 없다는 극단적인 부분이 가장 안타깝긴 합니다.(GM군산공장만 보더라도...)

 

일본

 

 그러면 이제 여길 나가서는 어딜가냐 라고 물으실 수 있는데, 저는 일본에 있는 EPC플랜트 배관설계전문회사로 갑니다. 한국에서 취업을 할까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에 서류합격하고 GSAT도 치게 되었는데(결국 일본 입국 열린다는 소식 듣고 걍 안쳤습니다...주변엔 망했다라고만 하고 말았지만 ㅎㅎ) 한국EPC 특성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서 차라리 EPC Vendor 업체로 가서 일을 배우는게 일의 범위(흔히 업계에서는 Scope(스콥)이라고 합니다)가 더 넓어서 실제 엔지니어로서 배울 수 있고 써먹을게 더 많습니다.

 

 일본 쪽으로 간다고 하니 정규직 형님 한 분은 "그 쪽 분야는 한국이 더 잘하지 않냐"라고 물어보셨는데, 실제로 EPC 산업의 경우에도 원천기술이란게 있습니다. 그 원천기술은 특정화학물질을 뽑아내는데 들어가는 공정설계기술 및 주요 기계장치를 설계하고 조달하는 것인데, 문제는 외국의 회사들은 원천기술을 가진 회사들을 인수합병하거나 협력강화를 통한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런 부분에서 취약합니다. 흔히 원가에서 마의 10%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외국EPC회사와 한국EPC회사 간의 격차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국은 "완성형 인재" 즉, 경력직을 하다가 회사가 마음에 안들어서 대기업으로 진입하는 중고신입을 선호하고(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입장에선 당연한겁니다. 욕할 부분은 아니기도 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새하얀 도화지에 기업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인재를 만들어내는 것을 선호하다보니 교육체계가 잡혀있단 부분도 무시를 못합니다.(요즘 일본도 점점 완성형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한국보단 덜합니다.) 

 

이상으로 오늘은 그냥 주저리 주저리 포스팅을 한번 남겨봤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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