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중입니다
[일본취업] 기계공학 전공자/농업기계/한국취업/일본취업 본문
오늘은 조금 이 주제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보고 싶었다. 몇 일 전부터 조금씩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어느정도 머릿속에서 정리가 된 것 같다.(정확히는 정리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았다)
기계공학 전공자
나는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정확히는 농업기계공학. 생물산업기계공학이라고도 하는데 이 영역이 이름이 생소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전공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그런 전공도 있나?"
"집이 농사 지으니 도움되겠네"
"농업이 유망한 분야니 좋은 전공 택했었네"
전국에 20개도 안되는 학교, 특히 대부분 국립대에만 존재하고 있으며(간혹 사립대도 있다.) 우리집이 농사를 짓는걸 아는 사람은 그런게 도움이 되겠다 내지는 앞으로의 농업의 유망성을 바라보고 좋은 전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학문적으로나 단순히 생각했을때 중요하니까 유망하다 내지는 미래가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사실 이 분야는 지금 상당한 위기에 빠진 분야라고 생각된다.
농업기계
현재 농업기계의 전공자들은 상당히 어려운 처지라고 판단된다. 아니 정확히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을 지칭해서 말하고 싶다.
이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여러 분야로 진출을 할 수 있는데 크게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공기업/사기업/공공기관 구분안하고 분야 자체로만 조금 따져보겠다)
1) 농업기계분야(농업용 장비제작회사/스마트농업 스타트업 등)
2) 일반기계분야(자동차/조선/건설/설비 등)
3) 기타(기계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
1번이 전공과 가장 맞게끔 나가는 부분이지만 대부분은 2번으로 빠진다 제조업의 품질관리/생산관리/생산기술/설비인프라와 관련하여 지원을 많이 한다.
다만 위기라고 한 이유가 있는데, 사실 1번의 경우에 최근에는 기존의 전통적인 기계공학에서 필요한 부분보다는 프로그래밍(특히 자율주행이나 AI, ML 과 같은 부분) 파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굳이 농업기계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진입을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학교들이 급히 커리큘럼을 농업기계로 특화해서 바꾸겠다고 말을 했지만, 겉핥기 식 교육을 하는 대학식 교육에서 학생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본인들이 직접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는 분야가 필요한데 현재의 대학시스템에서는 그게 어렵다는 점이 있다.
게다가 위에서 말했듯 최근에 농업과 관련된 스타트업들이 꽤 많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약력을 보니 대부분 IT 관련 전공자거나 다른 분야에서 IT를 접목하여 공부 또는 연구를 하다가 해당 스타트업으로 들어오게 된 케이스들이 꽤 있었다. 오히려 농기계 자체를 다루는 능력보다는 자동화설비 또는 로봇, 프로그래밍, 로직설계 등에 해당되는 능력치가 더 요구되는 경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분야 자체가 전공 자체의 진입장벽은 낮추고 다른 경쟁력을 쌓아서 자신들만의 특화된 진입장벽을 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번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제조업 상황을 생각해보면 쉽다.
지속적으로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는게 눈에 보이는 실정. 최근에는 설비투자가 늘었다는 기사가 가끔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 기조를 유지하는가가 공대생들의, 특히 기계공학 전공자들의 취업이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몇 일 전에 회사 근무 끝나고 일본회사랑 화상회의할 일이 있어서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로 갔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옆에 있던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들려서 들을 수 있었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우리 아들이 부산대 기계공학을 졸업하는데, 이번에 보니까 입학할 때랑 졸업할 때랑 세상이 바뀌었다는게 느껴졌다. 대학원도 고려중이다"
매우 현실을 잘 표현하는 대화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계전공을 했는데 왜 취업을 못하냐고 나무라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른들보다 훨씬 좋은 어른의 이미지였다고 말하고 싶다.
제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뿐만 아니라 기계공학이 가지는 메인프레임 시장(중공업/자동차/일반기계분야)에서 이전에 필요한 인력만큼 채용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참고 : http://www.inews24.com/view/1386127] 시장이 커지게 되면서 기존에 반복적인 작업들을 위한 인력을 전부 감축하고 있다. 단순히 금융, 통신 뿐만이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해당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과거에 품질 테스트를 위한 품질관리 인력을 따로 뽑았다면 이제는 품질 테스트를 위한 설비도입이 진행되고 있으며, 기계분야의 핵심,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설계/연구개발 분야의 경우에는 설계자동화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래 자료는 일본의 치요다화공건설(Chiyoda Chemical Construction Corporation)에서 투자하여 만들어진 합작법인에서 만든 플랜트 전용 설계툴이다.
파급효과 첫번째가 1분에 1,000개 이상의 파이프의 루트를 짤 수 있다는 점이고, 두번째로는 기존 3D 설계 부분에서 80% 이상의 맨아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몇 년 전에는 과거에 만들어진 도면을 스캔해서 인식시키면 AI나 머신러닝을 통해서 현대화된 도면형식으로 바꾸는 자동화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이를 아예 3D에 까지 연결시켜서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작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기존 시장에서 뽑히던 노동력도 필요없게 된다는 이야기이다.(물론 다른 분야로 인력이 필요하겠지만..)
위에서 보듯 기존에 전통적인 기계공학과 학생들도 취업난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기존에 농업기계 전공 학생들의 경우에는 기계공학과가 영광을 누리던 시절, 일정부분 그에 대한 후광효과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개인의 능력치가 똑같다는 전제하에서(물론 기업에서는 뽑을때 정량적 평가를 우선시 하지, 정성적으로 서류통과를 시킨것을 본 적이 없다), 기계공학과 학생이 농기계과 학생보다 뽑힐 확률이 높다. 이런 현실적인 부분들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에서 농업기계과 학생들의 두번째 분야로의 진입도 사실 어려워진 상태다.(주변에 들려오는 취업소식만 봐도..)
3번은 생략해야겠다. 공무원이나 다른 길로 접어들어가려는 사람들도 있어서 감히 내가 직접 어떤 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국취업
아마 많은 사람들이 물어볼 수 있다.
"그래서 당신은 한국 취업 준비나 해봤냐!"
"해보지도 않고 힘들다고 말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해보지도 않고 충고하지마라!"
결론은 "해봤다"
나라고 내가 태어난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은게 어디있겠는가. 다만 한국의 취업시장이 상상이상이다. 우선은 필자는 건설업 내지는 EPC 엔지니어링 분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고개를 들고 첫 취준으로 지원했던 회사가 삼성엔지니어링이었고, 이수건설, 코오롱인더스트리(제조설비), 대우건설(사실 여긴 EPC플랜트는 아니고 설비관리였다), 효성굿스프링스 등을 지원했었는데, 열심히 고배를 마셨다.
처음엔 내가 못나서 내가 실력이 없어서 떨어지는걸 어떻게 하냐는 부모님의 말에 자존감이 깎여나가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교환학생 갈 당시에도 교환학생 가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던 엄마는 차라리 말레이시아에서 Job Offer를 받아오라는 말을 했을 정도. 그래서 실제로 열심히 찾아봤지만 외국인에다가 대학교 졸업도 안했던 나로서는 사실상 거기서 Offer를 받는거 자체가 불가능했다. 물론 자민족우선주의(부미푸트라정책)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말레이시아 다녀와서 한국에서 지원한 회사들을 깔끔하게 떨어지고 나서는 진짜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실력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다시 생각해봤지만 COVID 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속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문제였고, 당시에 AI 에게 면접당하는(?) 그런 상황까지 오가면서 한국취업에 이골이 났다랄까.
그런 내부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부분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EPC 자체 인력을 더이상 뽑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기존 EPC 인력도 빼내서 주택건설로 인력재배치를 한다는 점을 보고 결국엔 한국에선 힘들겠단 생각을 했다.
일본취업
오히려 말레이시아에서도 지원할 마음이 있었다면 차라리 다른 나라를 지원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4년제 신입을 뽑아주는 나라들을 찾아야했는데 현실적으로 엔지니어링 부문에 있어서 가장 권위가 있다라고 생각했던 나라가 미국, 일본, 독일 정도가 있었는데 독일어는 내가 못하니 패스했고, 미국은 당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인의 이민정책을 축소하고 있을 뿐더러 대부분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뽑고 있다는 부분 떄문에 지원할 엄두를 못냈다. 그래서 미국은 잠시 마음속에 접어두고, 일본을 알아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갈 수 있겠다 싶은 회사들이 많아서 지원하게 되었다.
이미 학교에서 교양으로 일본어를 수강한 적도 있을 뿐만 아니라 JLPT N3를 가지고 있었고(사실은 워킹홀리데이를 가려고 군대에서 준비한 적이 있었다), 이를 목표로 잡고 어학원에 가서 대략 5개월 정도 하고 처음으로 일본쪽 잡컨설턴트랑 화상회의를 하게 되었다. 당시에 회의를 진행한 컨설턴트쪽에서는 주로 IT나 스타트업 같은 곳들을 대상으로 진행을 하다보니 결국에 내가 원하는 엔지니어링 분야로는 추천 받기 어렵겠다는 판단하에 일단 보류되었고, 이후에 직접 채용공고를 알아보던 도중에 EPC 플랜트 산업으로 배관설계 인력을 뽑는 다는걸 보고 바로 한걸음에 지원했던걸로 기억한다. 정말 고민없이 지원했는데 1차 면접을 붙고 2차 면접을 진행, 내정까지 받는 과정을 진행하며 정말 기쁨에 가득찬 생활을 했었다.
그러기 1년을 지나서 일본을 가야하는데 신규입국자는 아직도 입국이 안된다고 한다. 비자서류는 있는데 비자 발급을 안해줘서 들어가지를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에 지금에 나로서 최선은 일이라도 하면서 지내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현재는 르노삼성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주저리 주저리 많이도 썼는데 결론은 이거다.
"만약 본인이 진출하고 싶은 분야거나, 자발적 내지는 오랫동안 공부할 수 있는 분야라면 해외라도 과감히 도전하길 바란다."